오전에 배송받은 킨들 페이퍼화이트(이하 페화)를 가지고 하루종일 이것 저것 하면서 시간을 다 보냈다. 두어칸도 깔았다가 지워보고 칼리브레(Calibre )도 설치해서 토렌트로 받은 TXT 파일도 EPUB로 만들어도 보고 여러가지 해봤다. 칼리브레는 킨들을 더 완벽하게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으로 여러가지 전자책을 지원한다. 무료로 이용 가능하고 파일 방식 변환과 신문, 뉴스들을 구독해 볼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사용방법을 숙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다.
2009년에 킨들DX 샀을 때도 이북만들면서 희열을 느끼곤 했는데 이건 여전히 변함없었다. 이북카페에서 종종 종이책을 사서 그걸 전부 스캔하고 다시 PDF로 만들어서 이북을 제작하시는 분들 얘기를 들었는데 진정 그럴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언가 나만의 책을 새롭게 커스텀화하는 기분이랄까.
몇 시간 써보고, 페화에서 가장 좋은 건 역시 간지나는 디자인이다. 아이폰 3GS를 처음 사서 쓸 때의 기분같다. 아이폰 만한 충격은 없지만 블랙만이 가지고 있는 멋진 디자인이 담겨있어서 어디라도 들고 다니고 싶은 기분이다. 제품의 기능만큼 중요한게 디자인이니까 말이다.
다음으로 좋은 건 빨라진 반응 속도다. 이전에 이북을 접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태블릿처럼 빠릿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향이 있는데 초기 킨들 버전을 사용해 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안드로이드 타블렛 제품들만큼의 터치감은 나오는 것 같다. 낮은 성능의 CPU와 디스플레이 특성 때문에 반응속도가 좀 느린 것 뿐이지 터치감 자체는 나쁘지 않다. 책 읽을 때 전후 인식 뛰어나고 오작동은 거의 없다. 간혹 머리카락이 스치기만 해도 넘어간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물리버튼에 너무 길들어 있어서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몇 년간 킨들을 사용하지 않아서 였는지 폴더 기능이나 세세한 기능들이 추가된 것이 좋게 느껴졌고 무엇보다 브라우징 속도가 많이 향상됐다. 이전에는 그저 있다는 것에 만족했는데 지금은 어느정도 시간적, 마음적 여유가 있다면 즐길만 해졌다.
마무리 하면, 최근 아마존 재팬을 통해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메리트(7980엔)까지 생각한 다면 페화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한글 컨텐츠를 쉽게 구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지만 기계적인 완성도나 북리더기 본연의 역할을 생각한다면 이만한 기계는 없다. 영어를 한글처럼만 읽는다면야 당장 질러야지. 킨들때문에 미국인들 독서량이 4배 가량 늘었다는 데, 실제 수치는 조금 다를지 몰라도 책 읽는 재미를 키워주는 걸 생각하면 나라도 그정도는 더 읽었을 것 같다. 지금 몇 년전 읽었던 다 빈치 코드를 다시 읽고 있는데 페화를 내려놓고 싶지가 않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